삼성전자 진짜 버렸나 후식까지 싹 다 잘먹고 갔다는 외국인|왜 그 말에 시선이 쏠렸나?

핵심 내용

지난 일요일 저녁, 여름옷을 정리하다 반팔 티셔츠 몇 장 앞에서 고민이 됐다. 10월 중순인데도 한낮엔 반팔이 어색하지 않은 날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열흘을 떠올려봐도 답이 없었다. 따뜻했던 날들은 '올가을은 길게 간다'는 이야기에도, '하루아침에 꺾인다'는 이야기에도 똑같이 들어맞았으니까.

삼성전자 진짜 버렸나 후식까지 싹 다 잘먹고 갔다는 외국인|왜 그 말에 시선이 쏠렸나?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결국 결정을 내리게 한 건 달력 귀퉁이에 적힌 상강(霜降) 두 글자였다.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가 열흘 남짓 남아 있었다.

올해 200조를 던진 외국인, 또 더 던졌다 이틀 뒤 화요일 아침, 찬 바람은 시장에 먼저 불었다.

코스피가 장 초반 6,000선 초반까지 밀리며 약 두 달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다.

5거래일 연속 하락, 낙폭은 13%를 넘었다. 삼성전자는 23만원대, SK하이닉스는 14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점심 무렵 주식 창을 열었다가 닫고, 오후에 다시 열었다.

여기저기 곡소리가 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주가 하락 배경 중 하나로는 자사주 매입의 공백이 꼽힌다.

8월 하순 두 회사가 대규모 매입에 들어간 뒤 지수는 6,000선 중후반을 지켰고, 이달 2일엔 7003.74까지 올랐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매입이 끝난 6일 이후 흐름이 뒤집혔다. 40조원 규모인 SK하이닉스의 매입도 이달 중순 이면 끝난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매도 폭탄을 던졌을까?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매도의 주인공은 외국인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누적액이 이날 장 초반 200조원을 넘어섰다. 그중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종목 매도만 173조원이 넘는다.

개인이 98조원 넘게 사들였지만 쏟아지는 물량을 다 받아내진 못했다. 전날 전해진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 진전 소식도 불안을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등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 삼전닉스 개미들 대부분은 엄청난 실적에도 이렇게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호실적에도 대표주들이 역사적 저평가 구간이라는 데 증권가 역시 이견은 없다. iM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3.91배다.

그런데도 외국인은 팔고 있다. 같은 실적표를 두고 왜 이렇게 다른 결론이 나올까.

미국 철학자 넬슨 굿맨은 1955년 사실, 허구, 예측에서 그루(grue)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어느 시점 t 이전에 관찰된 것은 초록색, 그 이후에 관찰되는 것은 파란색인 성질이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기록의 배경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본 에메랄드는 전부 초록이었다. 그런데 t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그 에메랄드들은 전부 그루이기도 하다.

같은 관찰이 '초록이다'와 '그루다'를 똑같이 뒷받침하는 셈이다. 굿맨은 이를 귀납의 새로운 수수께끼라 불렀다.

과거 데이터를 아무리 쌓아도 미래를 어느 쪽으로 이어 그릴지는 데이터가 정하지 못한다.

양 연구원의 말에 그 t가 들어 있다. PER로 매수 시점을 잡기보다 2028년 이후에도 높은 이익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기록적인 실적은 계속 높다는 가설과 2028년 이후 꺾인다는 가설 모두에 들어맞는다. PER 3.91배는 시장이 뒤쪽 가설에 값을 매기고 있다는 뜻이다.

굿맨은 우리가 그루'대신 초록을 고르는 이유를, 그 말이 예측에 오래 쓰이며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런데 메모리 산업에서 오래 자리 잡은 말은 공교롭게도 사이클이다. 호황은 늘 끝났다. 외국인이 붙들고 있는 건 어쩌면 이 업종에서 가장 익숙한 예측이다.

기록의 배경은 무엇일까?

금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외국인이 다시 코스피로 돌아오게 하려면 분기 실적이 한 번 더 잘 나와도 외국인이 곧바로 돌아서지 않을 수 있다. 2028년 전의 좋은 실적은 두 가설을 가르지 못한다.

가를 수 있는 건 그 이후를 말해주는 증거다. 유안타증권이 꼽은 조건들도 그쪽을 향한다.

고물가와 고금리 리스크의 정점 통과,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가 이어진다는 신뢰, 장기공급계약(LTA)의 유효성 확인, 증설과 수율 개선으로 보여줄 물량 방어력, 미국 빅테크 수준의 주주환원.

하나같이 그다음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이 조건들이 채워진다는 보장은 없다.

CXMT의 기술 진전처럼 오히려 그루 쪽에 힘을 싣는 신호도 섞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이익 추정치에 비해 주가가 덜 오른 업종으로 반도체와 함께 에너지, 보험, 호텔, 레저를 꼽은 것도 같은 이유다.

가설 하나에 계좌 전체를 걸지 말라는 얘기다.

공개된 내용의 배경은 무엇일까?

코스피 반등했으면 그날 반팔은 대부분 넣고, 서랍 한 칸에 두 장만 남겨뒀다. 옷장 앞에서는 달력이 방향을 알려줬다. 시장에는 아직 그런 달력이 없다.

2028년 너머를 적어둔 절기표는 없고, 손에 쥘 수 있는 건 계약서와 설비투자 계획, 주주환원 공시 같은 단서뿐이다.

그래서 역사적 저평가라는 말에 서둘러 다 담을 일도, 200조라는 숫자에 놀라 다 비울 일도 아니라고 본다.

다음 실적 발표 때는 금액보다 그 뒤에 붙은 언제까지를 먼저 찾아볼 생각이다. 지나간 날씨가 아니라 해가 기우는 방향을 알려주는 쪽을 말이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확대 결정" 회의록 요구에...

선언한 이유 '분기 실적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부서장이 휴대폰을 테이블 가운데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늘...

핵심 정리
  • 결국 결정을 내리게 한 건 달력 귀퉁이에 적힌 상강(霜降) 두 글자였다.
  • 매도의 주인공은 외국인이다.
  • 지금까지 본 에메랄드는 전부 초록이었다.

Post a Comment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