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식탁에 이혼 서류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 아내가 손으로 쓴 종이 한 장. 날짜 17개가 줄지어 적혀 있었다. 나는 결혼 28년 동안 아내에게 같은 말을 해 왔다. 네가 예민한 거야. 그 17개 날짜가 무슨 날인지 나는 그날 밤이 돼서야 알았다. 아내는 화를 내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더는 그 말을 듣고 살 자신이 없다고만 했다. 나는 억울했다. 때린 적도 없고 바람을 핀 적도 없다. 월급은 28년 동안 꼬박꼬박 갖다줬다.
2015년 봄, 동생이 사업 자금을 부탁했다. 3,000만원이었다. 아내는 동생 사업 계획서가 너무 얇다고 했다. 나는 형제 사이에 무슨 계획서냐고 웃었다.
동생 가게는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 돈은 지금까지 1원도 못 받았다. 2018년에는 친구가 장외 주식을 권했다. 곧 상장한다는 회사였다.
나는 1,500만원을 넣었다. 아내는 그 회사 이름을 인터넷에 쳐 봐도 안 나온다고 했다. 그 주식은 지금 휴지 한 장 값도 안 된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2021년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열었다. 코인에 2,000만원을 넣었다. 1년 뒤 남은 돈은 800만원이었다. 그때마다 내가 한 말은 똑같았다. 네가 예민한 거야.
그날 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이 엄마 대신 물어 왔다. 아빠는 엄마 말을 끝까지 들은 적이 있냐고.

다음으로 살펴볼 내용은 무엇일까?
나는 대답 대신 식탁으로 가서 아내가 쓴 그 종이를 다시 들었다. 날짜마다 옆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2015년 4월 옆에는 3,000만원.
2018년 9월 옆에는 1,500만원. 2021년 코인 옆에는 잃은 돈 1,200만원.
나머지 날짜 옆에도 친구 계, 보험 해지 같은 50만원, 100만원짜리 숫자가 붙어 있었다.
본문이 전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17개 날짜는 내가 아내에게 네가 예민한 거야라고 말한 날이었다. 그 가운데 11번이 돈 얘기였다. 아내는 그 아래에 합계를 적어 놓았다. 6,300만원.
마지막 줄에는 내 정년까지 남은 햇수, 4년. 나는 28년 동안 아내를 예민하다고 했다. 그 숫자를 보니 둔했던 건 나였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다음 날 나는 부부 상담을 예약했다. 마이너스 통장도 아내와 같이 가서 닫았다. 아내는 이혼 서류를 버리지 않았다. 서랍에 넣고 6개월 뒤에 다시 보자고 했다.
그 서류가 서랍에서 다시 나올지는 이제 내가 하는 말 한마디에 달린다.
- 더는 그 말을 듣고 살 자신이 없다고만 했다.
- 2021년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열었다.
- 나는 대답 대신 식탁으로 가서 아내가 쓴 그 종이를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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