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펜트리 문이 덜컹거려서 공구함을 열었다. 경첩 나사 하나가 빠져 있었다. 철물점까지 가기는 귀찮고, 혹시나 해서 서랍 구석의 비닐봉지를 뒤졌다. 몇 년 전 책장을 조립하고 남은 나사들을 '언젠가 쓸 데가 있겠지' 하고 모아둔 봉지다. 신기하게도 딱 맞는 게 하나 있었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아내는 그 봉지를 볼 때마다 좀 버리라고 했는데, 그날만큼은 내가 할 말이 있었다. 요즘 심텍이라는 회사를 보면 그 나사 봉지가 떠오른다.
심텍 목표주가 전망 심텍은 1987년 청주에서 시작한 반도체 기판 회사다. 메모리 칩을 얹는 패키지 기판과 메모리 모듈에 쓰이는 기판을 만든다.
솔직히 오랫동안 관심이 없었던 종목이었다. 2023년 881억 원, 2024년 47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작년에야 겨우 흑자로 돌아섰었으니까.
작년 11월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를 40% 넘게 밑돌면서 주가가 하루에 13% 빠졌고, 한때 5만 원 아래로 내려갔다.
주변에서도 "역시 기판은 안 되나 봐" 하며 정리하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나도 관심 종목 목록에서 한참 아래로 내려놓았던 기억이 난다.
심텍 주가 차트 그 주가가 지난주 16만 원 선을 넘어 최고점을 찍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5,14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1% 늘었고, 영업이익은 629억 원으로 열 배 넘게 뛰었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무엇일까?
지난달에는 청주에 최대 4,000억 원을 들여 공장을 늘리겠다는 협약도 맺었다. 증권사 목표주가는 15만 원에서 19만 원 사이에 올라와 있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브리콜라주라는 말을 썼다. 손재주꾼은 일에 맞춰 도구를 새로 만드는 엔지니어와 다르다.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 하며 모아둔 것들로 눈앞의 일을 해낸다. 그의 재료는 이번 일을 위해 마련한 게 아니라 지난 일들이 남긴 것이다.
그래서 손재주꾼의 서랍은 남이 보기엔 잡동사니지만, 어떤 일이 닥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값을 갖는다.
새로운 것은 대개 무에서 나오지 않고, 이미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의 새 조합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심텍 실적발표 전망과 리스크 심텍을 끌어올린 소캠(SOCAMM)이 바로 그런 물건이다.
엔비디아가 AI 서버의 전력 소모를 줄이려고 내놓은 메모리 모듈 규격인데, 뜯어보면 새로운 재료가 없다.
스마트폰에 쓰이던 저전력 메모리를, 갈아 끼울 수 있는 모듈 형태로 묶은 것이다.

제품 기능에서 확인할 내용은?
엔비디아부터가 손재주꾼처럼 일한 셈이다. 그리고 심텍의 서랍에는 마침 그 두 가지가 다 있었다. 저전력 메모리용 기판과 모듈용 기판.
스마트폰이 안 팔리면 같이 힘들어지던, 적자 시절에도 놓지 않았던 평범한 사업들이다.
소캠 매출은 2분기에만 393억 원이었고, 회사는 올해 전망치를 1,500억 원에서 2,300억 원으로 올렸다.
여기에 기판업까지. 공장은 한번 지어 놓으면 비용 대부분이 정해진다.
그래서 가동률이 1분기 81%에서 2분기 85%로 오르는 동안 매출은 22%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네 배 반이 됐다. 이미 있던 설비로 새 수요를 받았기에 가능한 숫자다.
늘어난 매출이 거의 그대로 이익으로 떨어지는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가격에 관해 무엇이 공개됐을까?
회사가 내놓은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은 1,631억 원이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4,000억 원 증설에는 소캠 신공장이 들어 있다.
서랍에 있던 나사를 쓰는 일에서, 나사를 새로 주문하는 일로 넘어가는 셈이다.
손재주꾼이 엔지니어가 되는 순간이고, 목적에 맞춰 만든 도구는 그 목적이 흔들리면 같이 쓸모를 잃는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규격이라, 수요가 꺾이면 새 공장은 감가상각이라는 짐이 된다. 작년에 실적을 깎아 먹었던 금과 구리 가격도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1년이 채 안 돼 네 배 이상 가까이 오른 주가에는 이미 많은 기대가 들어 있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3분기 실적이 그 기대에 조금만 못 미쳐도, 작년 11월 같은 하루가 다시 올 수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마치며 그래서 내가 심텍에서 가져가고 싶은 건 종목 하나보다 질문 두 개다. 내 계좌에서 관심없다고 밀어둔 것들 가운데 다음 조합의 재료가 될 만한 건 없는지.
그리고 지금 잘나가는 회사가 이미 가진 것으로 벌고 있는지, 새로 지어야만 벌 수 있는 구간에 들어섰는지.
나사 봉지는 다시 서랍에 넣어 두었다. 아내에게는 당분간 버리지 말자고 했다. "SK하이닉스 괜히 물탔나" 주가 떨어질 때 폭등한 뜻밖의 주식 어디?
주말에 마트에서 삼겹살 한 팩을 카트에 담았다. 원래 사려던 건 그게 전부였다. 그러자 발이 알아서 움직...
- 아내는 그 봉지를 볼 때마다 좀 버리라고 했는데, 그날만큼은 내가 할 말이 있었다.
- 지난달에는 청주에 최대 4,000억 원을 들여 공장을 늘리겠다는 협약도 맺었다.
- 엔비디아부터가 손재주꾼처럼 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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