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포기한 대한민국' 10년 뒤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취업 원서 40장을 넣었는데 면접 기회를 준 회사는 단 한 곳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까지 준비했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런데 더 걱정스러운 가 나왔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15~29세 남성 가운데 취업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비율이 87%에 달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배경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출산율과 고령화부터 걱정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지금의 20대가 제대로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면 10년 뒤 우리 경제는 누가 이끌어갈 것인가. 취업 준비도 안 한다는 87%, 정말 청년들이 게을러진 걸까?
2026년 1~9월 기준 20대 남성 고용률은 56.6%다. 여성 고용률 61.8%보다 5.2%포인트 낮다.
남성 고용률이 여성보다 낮아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걸린다. 더 눈길을 끄는 숫자는 87%다.
2021년만 해도 비경제활동 상태인 15~29세 남성 중 취업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비율은 80.9%였다.
2026년 5월에는 87%까지 올라왔다.
구분 수치 의미 20대 남성 고용률 56.6% 2026년 1~9월 20대 여성 고용률 61.8% 남성보다 5.2%p 높음 남성 취업시험 미준비 비율 87.0% 비경제활동 15~29세 기준 2021년 같은 비율 80.9% 5년 사이 6.1%p 상승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87%라는 숫자가 청년 남성 전체의 87%가 취업을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며, 학업이나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를 가볍게 넘길 일도 아니다.
취업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은 청년들이 기존의 취업 경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따고 원서를 넣으면 적어도 취업 경쟁에 참여할 기회는 있었다.
지금은 스펙을 쌓아도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고,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신입 채용에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은 당장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청년은 경력을 쌓기 위해 첫 직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첫 직장에 들어가려면 경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청년의 노력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다.
AI가 일자리를 만든다더니 신입사원 자리부터 사라진다 더 불편한 현실은 기술 발전이 청년에게 반드시 좋은 소식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15~29세 청년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 그중 26만8,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증가했다. 물론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을 전부 AI로 돌릴 수는 없다.

이 기술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제조업 경기 부진, 산업구조 변화, 경력직 선호 현상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AI가 기업의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에는 신입사원이 자료를 조사하고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며 간단한 코딩을 담당했다. 그 일을 반복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몇 년 뒤에는 중요한 업무를 맡았다.
지금은 AI가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업무 상당 부분을 처리할 수 있다.
회사가 직원 다섯 명을 뽑아야 하던 업무를 경력직 세 명과 AI로 처리할 수 있다면 신규 채용을 줄일 유인이 생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이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려는 청년에게는 경험을 쌓을 첫 번째 계단이 사라지는 일이다.
경력직은 필요한데 신입사원은 뽑지 않는 사회. 이 구조가 계속되면 10년 뒤에는 경력직마저 부족해질 수 있다. 오늘의 신입사원이 내일의 숙련 인력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AI를 활용하는 새로운 직무가 늘어나고 청년들의 적응력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술 발전 자체를 막을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면서 성장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취업이 5년 늦어지면 잃는 돈은 월급만이 아니다 취업이 늦어지는 문제를 개인의 월급 문제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큰 차이를 만든다.
가령 세전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에 25세부터 다니는 사람과 30세부터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급여가 변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조건에서 5년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항목 25세 취업 30세 취업 30세까지 근로기간 5년 0년 월급 가정 300만 원 해당 기간 누적 근로소득 1억8,000만 원 0원 직장 경력 5년 0년 실제 소득은 취업 시점, 임금 상승률, 근로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이 계산만으로도 취업 지연이 얼마나 큰 경제적 차이를 만드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1억8,000만 원이라는 급여 차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5년 먼저 취업한 사람은 그동안 저축을 하고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주택청약이나 전세자금을 마련할 기회도 생긴다.

연금의 배경은 무엇일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쌓고 직장에서 승진할 가능성도 커진다. 반면 취업이 늦어진 사람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간의 차이를 안고 출발한다.
30세에 첫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 35세가 되어도 경력은 5년이다. 같은 나이인데 자산도 다르고 직장 내 위치도 다르다.
이 차이는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청년이 빠르게 취업해야만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창업이나 전문자격 취득, 추가 교육으로 더 높은 소득을 얻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일하고 싶은데 기회를 얻지 못해 5년을 보내는 것과 자신의 선택으로 5년을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20대가 결혼을 미루면 10년 뒤에는 누가 집을 살까? 부동산 시장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집값을 이야기할 때 금리와 공급량, 대출 규제를 먼저 따진다.
하지만 집을 사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안정적인 소득이다. 20대가 취업하지 못하면 30대에 들어서도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
결혼을 미루거나 독립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다. 그 결과는 주택시장의 수요 구조에 영향을 준다.
서울의 인기 지역은 자산가와 고소득층의 수요로 가격을 유지할 수도 있다. 반면 인구 유출이 심한 지방이나 신규 주택 수요가 부족한 지역은 다른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아파트가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는 지역도 있지만, 집을 살 능력을 갖춘 사람이 부족해서 거래가 줄어드는 지역도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청년 고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분야 2036년까지 우려되는 변화 주택시장 첫 주택 구매 지연, 지역별 수요 격차 확대 결혼·출산 경제적 부담으로 가족 형성 지연 내수경제 소비 여력과 신규 소비 수요 약화 연금·재정 보험료·세금 납부 기반 약화 기업 경쟁력 미래 숙련 인력 부족 가능성 물론 이것은 확정된 미래가 아니다.

결혼의 배경은 무엇일까?
청년 취업률과 임금 수준, 주거비 부담이 개선된다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고용 문제를 방치한 채 출산율만 높이겠다고 하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일할 기회가 부족하고 주거비가 부담스러운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것만으로 청년들의 선택이 달라지기는 어렵다.
지금의 20대가 30대가 되는 2036년, 누가 세금을 낼까?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다.
앞으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노인 의료비와 돌봄 관련 지출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재원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려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와 생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20대가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2036년에는 현재의 20대가 30대가 된다.
보통 이 시기는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소득을 늘리며 주택과 가족에 대한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시기다.
국가 입장에서도 소비와 세금, 사회보험료 납부를 통해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세대가 된다.
그런데 이 세대의 소득 기반이 약하다면 내수와 세수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인구 감소에 더해 청년들의 경제활동마저 위축되는 상황은 국가 재정에 이중 부담을 줄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세대 간 갈등이다.
노년층은 의료비와 연금이 필요하고, 청년층은 일자리와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서로의 지원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청년 지원과 노후 지원을 대립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
지금 청년의 소득 기반을 키우는 일이 미래 노후 재정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청년 일자리 정책은 복지 지출인 동시에 미래 경제의 생산 기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로 해결될까? 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청년은 취업난을 호소한다. 겉으로 보면 이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청년이 보유한 역량이 다르거나, 일자리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구인난과 취업난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기술에 관해 무엇이 소개됐을까?
청년들에게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채용 부담과 인건비를 고려해야 하므로 신입 채용을 무작정 늘리라고 강요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 사이에 있는 간극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청년이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과거의 단순 업무만 가르치는 교육보다 AI를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이 교육을 수료했는지보다 몇 명이 실제 취업했는지, 1년 뒤에도 일하고 있는지, 임금은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청년 고용률이 다시 올라가고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아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금처럼 비관할 이유도 줄어들 것이다.
1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0대가 대한민국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원서를 수십 장씩 넣고도 면접 기회를 얻지 못하는 청년에게 더 노력하라는 말부터 꺼내는 사회가 과연 공정한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의 청년들이 게을러서 취업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노력해도 기회를 얻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물론 모든 청년이 취업난을 겪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창업하고, 해외로 진출하고, 과거에는 없던 직업을 만들어가는 청년들도 있다.
그 가능성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다. 10년 뒤 대한민국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의 청년 고용 문제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경제적으로 활력을 잃은 나라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걱정할 만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해도 다음 세대가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그 성장을 누구를 위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의 미래는 오늘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미 태어나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도 그만큼 중요하다.
2036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지금의 20대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청년들이 미래를 포기하는 나라가 아니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출산율과 고령화부터 걱정한다.
- 제조업 경기 부진, 산업구조 변화, 경력직 선호 현상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쌓고 직장에서 승진할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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