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반, 결재 서류를 넘기다 휴대폰을 봤다. 코스피 5,990. 사이드카가 걸렸다는 알림이 먼저 와 있었다. 삼성전자는 7%, SK하이닉스는 9% 가까이 빠지는 중이었다. 점심 먹으러 나가는 길에 옆자리 후배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인가봐요." 같이 웃었지만 바로 받아칠 말은 떠오르지 않았고, 밥을 먹는 내내 그 말이 목에 걸려 있었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자리로 돌아와 연 뉴스 첫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년엔 코스피 12,000. 코스피 차트 6,000이 깨진 날, 같은 화면에 12,000이 떠 있었다.
처음 든 감정은 솔직히 헛웃음이었다. 코스피 12,000 전망 유안타증권이 이날 낸 2027년 전망 보고서 이름은 그라운드 제로다.
유안타증권도 그 조소를 알고 있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을 꺼내며 등을 돌린다고 짚으면서도, 연꽃은 흙탕물 위에서 핀다고 덧붙였다.
기본 시나리오 상단은 코스피 10,000, 낙관은 12,000, 비관은 6,000이다.
분기별로는 1분기 6,000~7,500에서 4분기 8,500~10,000까지 단계를 올렸다.
계산은 단순하다. 내년 상장사 순이익 1,160조원에 PER 7.3배를 곱했다. 같은 증권사가 올해 2월에는 2026년 순이익 494조원에 PER 12.2배를 적용했다.
이익 눈높이는 두 배 넘게 올라갔고, 곱하는 배수는 40% 깎였다. 단순 비례로 따지면 지수 6,000은 이 이익에 PER 4.4배쯤을 매긴 값이다.

공개된 내용의 배경은 무엇일까?
시장은 이 이익이 오래가지 않는다고 보는 셈이다. 보고서는 6000을 '절대적 하방 지지선'이라 불렀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시스템 위기가 아니면 지켜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발표 당일 오전, 외국인이 2조원 가까이 팔면서 지수는 장중 6000 아래로 내려갔다.
중국 CXMT가 D램 기술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소식이 반도체주를 흔들었다. 올해 외국인 누적 순매도는 200조원을 넘었다.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의 최저 수준인 1,335원까지 내려오자 환차익을 챙겨 떠나는 매도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시나리오가 빗나가는 이유 1970년대 초 런던의 로열더치셸 기획실에 피에르 웍이라는 프랑스인이 있었다.
그는 유가를 맞히려 하지 않았다. 대신 몇 갈래의 미래를 이야기로 그려 경영진 앞에 놓았고, 그중에는 산유국이 공급을 쥐고 흔드는 세계도 있었다.
1973년 10월 석유파동이 터졌을 때 셸은 경쟁사보다 빨리 움직인 회사로 꼽힌다. 웍은 미래에 이미 정해진 것과 정말 모르는 것이 섞여 있다고 봤다.

금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히말라야 쪽 갠지스강 상류에 몬순 폭우가 쏟아지면, 며칠 뒤 하류의 알라하바드에, 다시 며칠 뒤 바라나시에 물이 불어난다. 이건 예언이 아니라 관찰이다.
그는 시나리오가 빗나가는 이유도 추론이 약해서보다 관찰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처음 만든 시나리오가 경영진의 판단을 거의 바꾸지 못하자 그는 방식을 고쳤다.
시나리오의 목적은 숫자를 맞히는 데 있지 않고, 결정하는 사람의 머릿속 지도를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상승을 가를 변수 3가지 이 틀로 보고서를 다시 읽으면 12,000보다 다른 줄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정해진 쪽에는 숫자로 찍힌 실적이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넘었다.
내년 하반기 코스닥 셀렉트지수 출범, 연기금과 국민성장펀드의 참여 확대도 일정이 잡힌 일이다. 정말 모르는 쪽은 세 가지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지날지, 반도체 가격이 중국의 추격을 견딜지, 원화 강세 속에서 외국인이 언제 돌아올지. 세 시나리오를 가르는 건 이 세 변수다.

금리와 이자에서 확인할 내용은?
조심할 점도 있다. 경기에 따라 이익이 크게 변동하는 업종은 이익이 꼭대기에 있을 때 PER이 가장 낮아 보인다.
7.3배가 싸 보여도 분모인 1,160조원이 정점이라면 싼 게 아니다. '절대'라는 말도 시나리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웍의 방식대로라면 6,000은 지켜야 할 숫자가 아니라, 비관 시나리오로 넘어가는지 확인하는 경계선이다.
예측보다는 대응으로 7월 말 코스피가 하루에 10% 넘게 빠지던 날, 나는 아무 기준 없이 화면만 새로고침했다. 오늘은 장이 끝난 뒤 휴대폰 메모장에 세 줄을 적었다.
금리 정점, D램 가격, 외국인 수급. 셋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할 일도 미리 나눠 적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내일 후배가 또 그 말을 하면 이렇게 답할 생각이다. 탈출이 지능 순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다만 어느 쪽 미래가 와도 덜 당황할 준비는 각자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부자가 싫은 사람들 긁힌다는 대한민국 현 상황.jpg 며칠 전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그림 하나를 봤다.
이 모순,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부자를 경계하면...
- 자리로 돌아와 연 뉴스 첫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시장은 이 이익이 오래가지 않는다고 보는 셈이다.
- 히말라야 쪽 갠지스강 상류에 몬순 폭우가 쏟아지면, 며칠 뒤 하류의 알라하바드에, 다시 며칠 뒤 바라나시에 물이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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