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에서, 사무실 복합기를 바꾸자는 말이 처음 나왔던 적이 있었따. 용지가 걸리는 날이 잦았고 스캔 한 장에 1분씩 걸렸다. 바꾸자는 데는 모두 찬성했다. 그런데 비용을 부서별 사용량대로 나누자는 말이 나오자 공기가 달라졌다. 인쇄를 가장 많이 하는 부서가 제일 큰 몫을 내야 했고, 그 부서장은 "우리 예산부터 따져 보자"며 결재를 미뤘다.

전한 말의 배경은 무엇일까?
리스 위약금, 견적 세 곳, 보안 점검까지 겹쳐 안건은 실무를 맡은 내 책상 위에서 1년째 내려가지 않고 있다. 처음엔 그 부서가 야속했다.
그런데 숫자를 다시 보니 이해가 됐다. 가장 많이 내는 쪽이 가장 오래 따져 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전기요금 25조 선납 제안한 더불어민주당 복합기 이야기를 꺼낸 건, 훨씬 큰 안건 하나가 꼭 같은 모양으로 멈춰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이후 전기요금 선납제 입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한국전력은 삼성전자에 20조원, SK하이닉스에 5조원을 제안했다.
지난해 낸 요금 기준으로 5년 치다. 그 돈으로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어질 송·변전망을 짓고, 잔액에는 이자를 붙여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두 회사는 거절했다. 호황이 5년 내내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데 수십조원을 묶어 두기 부담스러웠고, 특혜 시비도 걸렸다. 출처 : 연합뉴스 한전 사정이 급한 건 맞다.
상반기 기준 부채가 210조 7,000억원이고, 채권 발행 한도를 넓혀 준 특례가 내년 말 끝나면 한전채 잔액이 법정 한도를 약 19조 2,000억원 넘어선다는 국회예산정책처 분석도 나왔으니까.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그런데 이번엔 집행을 맡을 한전과 기후에너지환경부마저 시큰둥하다.
입법이 통과하기 어려운 이유 1966년 미국 연방 경제개발청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2,300만 달러를 배정했다.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사업이었고, 지지도 넓었고 돈도 준비돼 있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도 성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정치학자 제프리 프레스먼과 애런 윌다브스키는 1973년 집행에서 이유를 찾았다.
반대가 많아서가 아니라 동의받을 자리가 너무 많아서였다.
30개 결정 지점에서 70번의 승인이 필요했고, 승인마다 99% 확률로 통과해도 끝까지 갈 확률은 절반에 못 미쳤다.
하나하나는 찬성인데, 곱하면 실패에 가까워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전기요금 선납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 선납제 앞에도 문이 여럿이다.
국회 입법, 시행령, 세법 개정, 한전 이사회, 조건 협상, 특혜 시비를 넘을 명분, 그리고 두 회사의 이사회. 입법을 서두르는 건 이 문을 줄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금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다만 주주 입장이라면 생각해볼 게 있다. 기업 이사회는 돈을 내는 사람의 문이고, 주주의 이익을 지키는 마지막 문이다.
법으로 판을 깔면 형식은 여전히 제안이어도, 전력 공급과 인허가를 쥔 상대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훨씬 어려워진다.
문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 내는 쪽의 문을 밖에서 열어 버리는 것이다.
이번 재추진이 걱정스러운 건, 이미 한 번 "아니오"라고 답한 문을 다시 두드리는 일이라서다.
삼전닉스 전기료 선납에 부정적인 이유 미국 및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선납에 부정적이다. 첫째, 조건이 나쁘다.
보도에 따르면 선납금 이자는 국고채 2년물보다 조금 높고 한전채보다는 낮은 수준이 거론됐다.

금리와 이자에서 확인할 내용은?
시장에서 한전채를 사면 더 높은 이자를 받고 언제든 팔 수도 있는데, 선납금은 더 낮은 이자에 5년간 빼지도 못한다.
부채 210조원인 회사에 돈을 맡기면서 위험값은 덜 받는 셈이다. 둘째,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2023년 두 회사 반도체 부문은 합쳐서 20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그런 해에 20조원은 버티는 체력이고, 경쟁사가 주춤할 때 공장 하나를 더 짓는 밑천이다. 셋째, 선례가 된다.
두 회사가 받아들이면 같은 계산이 다른 전력 다소비 기업으로 번질 수 있다. 전력망 비용을 요금과 재정이 아니라 기업 현금으로 메우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전력망이 늦어지는 것도 기업에 비용이라는 반론은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해법은 요금 체계를 고치고 정부가 재정 몫을 정하는 데서 나와야 한다.
한전 장부에서도 선납금은 결국 빚이다. 한전의 구멍을 주주의 현금으로 옮기는 건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자리만 옮기는 일이다.
호남 반도체, 과연 결말이 어떻게 될까? "삼전 살 걸 그랬나" SK하이닉스 주가만 더 하락한 뜻밖의 이유 일요일 밤, 별생각 없이 부동산 앱을 열었다.
우리 단지 같은 평형 거래가 두 건 새로 올라와 있었다. 같은...
- 리스 위약금, 견적 세 곳, 보안 점검까지 겹쳐 안건은 실무를 맡은 내 책상 위에서 1년째 내려가지 않고 있다.
- 그런데 이번엔 집행을 맡을 한전과 기후에너지환경부마저 시큰둥하다.
- 다만 주주 입장이라면 생각해볼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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