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 자주 가는 한식뷔페가 있다. 9천 원에 반찬이 열 가지 넘게 깔리지만, 점심마다 줄이 생기는 이유는 사실 제육볶음 하나다. 지난달부터 그 제육 통이 비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메뉴에서 빠진 건 아니다. 예전엔 바닥이 보이기 무섭게 새 통이 나왔는데, 요즘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 기술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빈 통 앞에서 집게를 든 채 서 있다가 나물만 담아 온 날이 몇 번 있었다. 반찬 수는 그대로인데 접시는 괜히 허전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둘 길 건너 국밥집으로 옮겨 갔다. 우리 팀도 그랬다. 어묵볶음과 잡채는 그대로 있었지만, 그걸 보고 남는 사람은 없었다.
코스피가 지금 이 식당과 같은 처지다. 올해만 238조 순매도한 외국인 코스피는 25일 기준 최근 한 달간 21.62% 빠졌다.
같은 기간 나스닥은 3.64% 내리는 데 그쳤다.
코스피 차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 달 새 각각 24.52%, 31.42% 떨어지는 동안 서비스나우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히려 올랐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38조911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 가운데 82.5%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금액으로 약 197조 원이다.
AI 투자 자금이 메모리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 간 결과다.
상반기에 사스포칼립스(소프트웨어 종말론)로 14.28% 빠졌던 미국 소프트웨어 ETF가 하반기 들어 22.06% 올랐고, 상반기에 2.5배 넘게 뛴 메모리 ETF는 하반기에만 36% 내렸다.

기술의 배경은 무엇일까?
팔란티어의 2분기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149% 늘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분기 매출 9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AI로 돈을 번다는 걸 숫자로 보여준 셈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던진 이유 삼전닉스는 지금도 한 분기에 수십조 원씩 번다.
그런데 왜 팔까. 생태학에 오래된 답이 있다. 1976년 미국 생태학자 에릭 차르노프는 한계가치 정리를 발표했다.
먹이가 군데군데 흩어진 곳에서 동물은 한 자리에서 먹을수록 얻는 양이 줄어든다.
차르노프는 먹이가 바닥날 때까지 버티지 말고, 지금 자리에서 얻는 속도가 숲 전체의 평균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떠나는 게 가장 많이 먹는 방법이라고 계산했다.
다음 자리까지 가는 시간이 짧을수록 떠나는 시점도 빨라진다. 이듬해 영국의 리처드 코위가 이를 박새로 확인했다.
먹이 컵의 뚜껑을 열기 어렵게 해 이동 시간을 늘리자, 박새는 한 자리에 더 오래 머물렀다. 이 틀로 보면 외국인의 매도는 이상하지 않다.
그들이 보는 건 이익의 크기가 아니라 기울기다.

기술에 관해 무엇이 소개됐을까?
지난 1년 동안 두 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매달 20~30%씩 올라갔지만, 최근 두세 달 사이 2027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0~1%에 머물고 있다.
반면 S&P500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섹터의 이익 증가율은 2027년 13.8%, 2028년 20.8%로 예상된다.
먹이는 아직 많지만, 옆자리의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나스닥보다 코스피가 유독 더 폭락한 이유 문제는 그다음이다.
나스닥에서 메모리를 판 돈은 몇 걸음 옆 소프트웨어로 옮겨 간다. 시장 안에서 자리만 바꾸니 지수는 버틴다. 코스피는 사정이 다르다.
두 종목이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그다음 자리가 비어 있다.
즉, 우리나라에는 이 두 기업을 대체할 만한 뛰어난 기업 혹은 산업이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속한 코스피 IT서비스 지수는 하반기에 12.19% 내렸고,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같은 AI 반도체 기업은 아직 상장 전이다.
비반도체 종목으로 옮겨 간 돈은 미미하다.

가격에 관해 무엇이 공개됐을까?
메모리 자리를 떠나는 일이 곧 한국을 떠나는 일이 되는 환경인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자금에게 미국 소프트웨어까지의 이동 시간은 클릭 몇 번이다.
차르노프의 계산대로라면, 이동이 쉬울수록 더 일찍 떠난다. 아직 코스피 바닥 아니라는 JP모건 전망 개인 투자자가 챙길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보유 종목의 이익 추정치가 얼마나 큰지보다 어느 방향으로 고쳐지는지를 보자. 외국인이 돌아오는 신호도 그 기울기가 다시 가팔라질 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둘째, 내 계좌의 실제 집중도를 확인하자. 코스피 지수 ETF와 반도체 ETF, 삼전닉스를 함께 갖고 있다면 이름은 셋이어도 사실상 한 반찬이다.
물론 이 흐름이 영원하다는 뜻은 아니다. 먹이 자리는 다시 채워지기도 한 다.
HBM 공급 계약이나 메모리 가격이 이익 전망을 다시 끌어올리면 자금은 돌아올 수 있고, 소프트웨어 강세가 기대를 앞서 간 것일 수도 있다.
다만 JP모건은 수급으로 보면 한국 증시의 바닥을 확인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삼전닉스에게 언제까지 기대야 하는 걸까? 지난 금요일, 그 식당 앞을 지나는데 입구에 '제육볶음 수시 리필'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제육 하나에 기대는 식당은 다음에도 같은 일을 겪을 것이다. 한국 증시가 다음 주자를 키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내 접시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내가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집 마련 꿈도 꾸지마라" LH사장이 집값 폭락한다고 공언한 이유 아파트 풀인테리어 공사를 맡겨본 사람이라면 "한 달이면 끝납니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

- 나도 빈 통 앞에서 집게를 든 채 서 있다가 나물만 담아 온 날이 몇 번 있었다.
- 팔란티어의 2분기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149% 늘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분기 매출 9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 지난 1년 동안 두 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매달 20~30%씩 올라갔지만, 최근 두세 달 사이 2027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0~1%에 머물고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