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팀 회식 장소를 잡으려고 고깃집에 전화를 걸었다. 날짜와 인원을 말하자 사장님이 계좌번호부터 불러줬다. 인원수대로 예약금을 먼저 보내야 자리가 잡힌다고 했다. 밥을 먹기도 전에 돈부터 보내는 게 어색했지만, 그 집이 아니면 열 명 넘는 인원이 한 방에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지원금에서 확인해야 할 내용은?
다른 집 두 곳에 더 전화해 봤지만 그 주 금요일은 이미 찼다는 답만 돌아왔다. 입금을 마치고 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돈을 내는 사람은 나인데, 고맙다는 말도 내가 하고 있었다. 삼성전기 목표주가 전망 7일 DS투자증권이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16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올렸다.
삼성전기 주가 차트 한 번에 100만원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6,51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0.3% 늘고,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 8,362억원으로 종전보다 23.7% 높아졌다.
그런데 내 눈에 먼저 들어온 숫자는 따로 있었다. FC-BGA 라인 투자가 실제로는 9조원을 넘고, 그중 약 80%가 고객사 지원금이라는 추정이다.
단순 계산으로 7조원 남짓을 물건 사 갈 쪽이 먼저 댄다는 얘기다. MLCC도 비슷하다. 최근 2856억원이 더해져 장기공급계약이 약 2조 4,000억원까지 쌓였다.
고객이 돈과 약속을 들고 먼저 찾아오는 그림이다. 예약금을 보내던 내 모습과 겹쳤다. 돈을 대는 사람이 갑이던 시절 역사책에는 이와 겉모습이 닮은 제도가 있다.

가격의 배경은 무엇일까?
16~18세기 유럽 직물업에 퍼졌던 선대제다. 상인이 농가의 수공업자에게 양모와 자금을 미리 대주고, 다 짠 옷감을 정해둔 값에 거둬 가는 방식이었다.
조선 후기에도 물주가 장인에게 원료와 돈을 먼저 대는 일이 흔했다. 이 제도에서 갑은 늘 돈을 댄 상인이었다.
값도 물량도 상인이 정했고, 수공업자는 점점 상인에게 매였다.
원료를 받은 순간부터 그 집 베틀은 사실상 상인의 것이나 다름없었고, 값을 깎자는 말에도 버틸 방법이 없었다.
베를 짤 사람은 마을마다 있었지만 판로와 자금을 쥔 상인은 몇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가 가진 해자 삼성전기의 지금은 돈이 흐르는 방향만 보면 선대제와 같다.
살 사람이 만드는 사람에게 먼저 돈을 넣는다. 그런데 힘의 방향은 정반대다. 돈을 받은 쪽이 가격을 올린다.
보고서는 FC-BGA 가격 인상이 매 분기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에는 MLCC 직납 거래처에도 순차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이 내렸는데도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제품 기능에서 확인할 내용은?
차이는 어디서 올까. 선대제의 직조공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지금 고부가 MLCC와 대면적 FC-BGA를 제때 만들어낼 곳은 손에 꼽힌다.
고성능 CPU처럼 기판 면적이 큰 제품이 늘수록 같은 라인에서 나오는 개수는 줄어드니 자리는 더 귀해진다.
괜히 MLCC와 FC-BGA를 두고 병목이 가장 심한 두 가지라는 말이 나오는게 아니다.
협상력은 돈을 쥔 쪽이 아니라 대신할 곳이 없는 쪽에 생긴다. 내가 예약금을 보내면서 고맙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치였다. 삼성전기 주식 투자 리스크는?
그렇다고 이 구조가 굳어진 건 아니다. 선대제도 공장이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지원금으로 지은 라인은 대개 그 고객 몫으로 묶인다.
가격을 마음껏 올리기 어려운 물량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쟁사 증설이 끝나 대신할 곳이 늘면 줄은 금세 짧아진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수요가 꺾일 때마다 MLCC 가격과 가동률이 함께 내려앉는 걸 여러 번 겪은 회사다.
AI 서버 투자가 한 박자 쉬어 가면 선금을 들고 오던 고객의 발걸음도 느려질 수 있다.

가격에 관해 무엇이 공개됐을까?
주가도 이미 많은 걸 담았다. 연초 25만원대였던 주식이 1,607,000원이다. 목표가가 100만원 오른 날 주가는 오히려 4.06% 내렸다.
증권사 목표가도 21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흩어져 있다. 같은 회사를 보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90만원의 간격이 있는 셈이다.
삼성전기 미래에 봐야할 것 그래서 나는 260만원이라는 숫자보다 줄의 길이를 지켜보려 한다.
후속 장기계약이 이어지는지, 고객이 여전히 돈을 먼저 들고 오는지, 분기마다 가격이 오르는지.
상승 여력 61.8%라는 계산도 이 세 가지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가정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배터리와 주행에서 확인할 내용은?
이 세 가지가 유지되는 동안은 힘이 만드는 쪽에 있다는 뜻이고, 하나라도 끊기면 다시 따져봐야 한다. 그 고깃집도 근처에 큰 식당이 생기면 예약금 얘기를 접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내가 먼저 입금할테고. 하하..
"나스닥 주식 싹 다 털어야 하나" 폭락 날짜 예고한 버리의 섬뜩한 경고 주말에 서랍을 정리하다가 5년 전에 쓰던 휴대폰이 나왔다.
충전기를 꽂았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켜졌다...
- 다른 집 두 곳에 더 전화해 봤지만 그 주 금요일은 이미 찼다는 답만 돌아왔다.
- 16~18세기 유럽 직물업에 퍼졌던 선대제다.
- 차이는 어디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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