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다니는 동네 미용실이 있었다. 어느 날, 머리를 자르다가 원장님께 슬쩍 물었다. "가게 넘기신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원장님은 가위질을 멈추지 않고 웃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처음 보는 사람이 줄자로 벽 길이를 재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정액권 잔액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여섯 번 남아 있었다. 원장님이 거짓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정말로 정해진 게 없으니까. 다만 그날 내가 믿은 건 대답이 아니라 줄자였다.
솔리다임 상장 주관사 선정, 여전히 부정하는 SK하이닉스 8일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이 내년 미국 상장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골랐다고 전했다.
JP모건, 씨티, UBS도 주관사단에 들어왔다. 조달 규모는 약 100억 달러, 상장 시 기업가치는 최대 1,000억 달러가 거론된다.
두 은행은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마무리도 돕고 있다고 한다. SK하이닉스의 답은 이번에도 같았다.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다.
경제학에 값싼 말(cheap talk)이라는 용어가 있다. 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고, 나중에 지키지 않아도 되는 말이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1982년 빈센트 크로퍼드와 조엘 소벨은 이런 말이 정보를 어디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지 따져봤다. 답은 이랬다.
말하는 쪽과 듣는 쪽의 이해가 가까울수록 말은 구체적이 되고, 멀어질수록 넓고 흐릿해진다.
이해가 완전히 같으면 숨길 이유가 없으니 있는 그대로 말하고, 완전히 어긋나면 무슨 말을 해도 듣는 쪽이 믿지 않는다.
현실의 대화는 대부분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범위가 넓은 말을 고르게 된다는 얘기다.
원장님에게 나는 놓치고 싶지 않은 손님이고, 나에게는 정액권이 걸려 있다. 이해가 조금 어긋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답이 "정해진 건 없어요"였을 것이다.
회사도 다르지 않다. 이사회가 결의하기 전에 상장을 확정이라 말할 수는 없고, 주가를 흔들 얘기를 미리 자세히 꺼내기도 어렵다. 솔리다임, 진짜로 상장하는 걸까?
이 이론이 투자자에게 주는 쓸모는 단순하다. 넓은 말의 속뜻을 풀려고 애쓰기보다, 비용이 드는 행동과 되돌리기 어려운 약속을 보라는 것이다.

수익에 관해 어떤 내용이 나왔을까?
보도가 맞다면 주관사 다섯 곳을 정하고 프리IPO 투자자를 모으는 일은 줄자 쪽이다. 은행도 투자자도 이미 시간과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반대로 SK하이닉스가 1일에 밝힌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장기적 주주가치는 아직 말의 영역에 있다. 말이 약속으로 바뀌는지는 세 가지로 확인할 수 있다.
첫째, 100억 달러가 신주 발행으로 솔리다임 안에 들어가 증설에 쓰이는지, 기존 지분을 판 대금인지. 둘째, 프리IPO와 공모를 거친 뒤 SK하이닉스에 남는 지분율.
셋째, SK에서 SK스퀘어,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기존 주주의 몫이 소각이나 배당처럼 숫자와 날짜로 제시되는지.
가격에 관해 무엇이 공개됐을까?
미국에 증권신고서를 내면 앞의 두 가지는 문서로 드러난다. SK하이닉스 주가 차트 묶어 둔 약속이 얼마나 힘이 센지는 바로 전날 드러났다.
7월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은 90일 락업이 풀린 7일에 4.3% 내렸다. 회사가 한 말은 달라진 게 없는데, 묶여 있던 물량이 풀린 날 가격이 움직였다.
SK하이닉스 주가 전망, 하락 압력 세질까? 다만 줄자를 봤다고 결론까지 아는 건 아니다.
솔리다임은 사업부를 떼어 만든 회사가 아니라 인텔에서 사 온 회사라, LG에너지솔루션 때와 같은 잣대를 대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다.
8월 코어위브와 맺은 기업용 SSD 공급 계약처럼 AI 저장장치 수요가 붙은 시기에 자금을 들여오는 일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살펴볼 내용은 무엇일까?
반대로 낸드는 오르내림이 큰 사업이고, 상장 시기와 몸값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지난달 말 로이터 보도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 달러였다.
열흘 남짓한 사이에 숫자가 이만큼 달라졌다. 다음 달 미용실에 가면 가게를 넘기시느냐고 다시 묻지는 않으려 한다.
같은 답이 돌아올 테고, 원장님 입장에서는 그게 맞는 답이다. "삼성전자 괜히 팔았나" 결국 주가 61만전자 간다는 뜻밖의 호재 지난 추석에 부모님께 봉투를 드렸다.
올해는 평소보다 조금 더 넣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매달 보내드...
-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정액권 잔액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 1982년 빈센트 크로퍼드와 조엘 소벨은 이런 말이 정보를 어디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지 따져봤다.
- 보도가 맞다면 주관사 다섯 곳을 정하고 프리IPO 투자자를 모으는 일은 줄자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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