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최대 30만 원 캐시백을 해준다는 문자가 와 있다. 이런 건 한 달에도 몇 번씩 온다. 고백하자면 나는 열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조건이 붙을 테고, 어차피 못 받을 테고, 약관은 읽기도 싫다. 금액이 클수록 더 수상하다. 그렇게 단정만 해 놓고 정말 그런지는 확인해 본 적도 없으니, 꽤 게으른 의심이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무엇일까?
그러다 누가 "나 입금됐더라" 하는 순간, 엄지가 괜히 먼저 움직인다. 빛의 속도로 말이다. 검색어를 입력해가면서 그 문자를 다시 찾아낸다. 문구는 그대로다.
금액도 그대로다. 그런데 왜 이제야 열었을까. 곰곰이 따져 보니 달라진 건 하나였다. 받아 간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실적발표, 셀온이 아니라 풀매수? SK하이닉스는 28일 3분기 매출 104조 6,155억 원, 영업이익 83조 3,338억 원을 발표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28%, 632% 늘었고 둘 다 분기 기준 최대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도 9.3% 웃돌았다.
숫자만 보면 박수받을 일이다. 그런데 이 장면, 처음이 아니다. 7월 29일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은 날 SK하이닉스 주가는 9.61% 급락했다.
삼성전자도 이달 8일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겼지만 그날 2%대 내렸다. 실적이 주가에 미리 반영된 데다 업황 불확실성이 겹쳐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졌다는 풀이였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이른바 셀온이다. 좋은 소식에 파는 시장이라니, 볼 때마다 갸웃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반대였다.
SK하이닉스 주가 차트 이날 SK하이닉스는 무려 11% 넘게 급등했다. SK하이닉스 주가, 폭등한 이유 전국시대 진나라로 잠깐 가 보자.
상앙은 새 법을 만들어 놓고도 바로 공포하지 않았다.
백성이 자신을 믿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대신 도성 남문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십 금을 주겠다고 알렸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길 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상앙이 상금을 오십 금으로 올리자 한 사람이 나무를 옮겼고, 상앙은 약속대로 오십 금을 그 자리에서 척 내줬다.
법령을 공포한 건 그다음이다. 사목지신(徙木之信)이라 불리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그 캐시백 문자를 다시 떠올렸다. 십 금이 모자라서 안 움직인 게 아니다.
말로 내건 약속은 아무리 커도 깎여서 들리기 때문이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한두 번 겪어 본 사람에게는 그렇게 듣는 쪽이 오히려 당연하기도 하다.

수익에 관해 어떤 내용이 나왔을까?
그 깎임을 줄여 준 건 오십 금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 약속대로 받아 가는 장면이었다. SK하이닉스는 28일 비슷한 순서를 밟았다.
올해 현금배당 30조 원 이상, 자사주 매입 및 소각 60조 원 이상을 포함해 총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날 이사회에서 3분기 현금배당 14조 원과 자사주 매입 20조 원을 결의했다.
새로 사들이는 자사주 가운데 주주환원용 10조 원은 전량 소각한다. 말로 끝내지 않고 첫 결의까지 같은 날 내놓은 셈이다.
김우현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지금 주가가 이익과 현금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것이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을 살펴볼 때 확인할 내용은?
메리츠증권도 역사적 저점에 가까운 밸류에이션과 강화된 주주환원이 맞물리면 실효적인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SK하이닉스 주식 투자 리스크는?
다만 이날 확인된 건 결의까지다. 연간 계획의 30조 원과 60조 원은 '이상'이라는 단서가 붙은 하한선이고, 확정된 몫은 이날 결의한 3분기분이다.
실제 배당 지급과 자사주 소각이 분기마다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급도 변수다.
전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5,900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SK하이닉스는 순매도했다.
iM증권은 AI 투자 재원에 대한 시장의 검증이 이어지고 있어 주주환원 기대만으로 추세적 반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나는 오늘의 상승률보다 다음 분기 이사회를 보려 한다. 같은 약속이 한 번 더 그대로 지급되면, 시장이 깎아 듣던 폭도 한 번 더 줄어들 것이다.
캐시백 문자도 마찬가지다. 입금됐다는 말에 열어 보긴 했지만, 다음 문자까지 믿게 된 건 아니다. 두 번째 입금 소식이 들려오면, 그땐 지우지 않고 남겨 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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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누가 "나 입금됐더라" 하는 순간, 엄지가 괜히 먼저 움직인다.
- 이른바 셀온이다.
- 그 깎임을 줄여 준 건 오십 금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 약속대로 받아 가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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