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 집었다. 계산대에 올리니 1,800원이 찍혔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는 같은 제품이 900원이다. 같은 공장에서 나온 같은 아이스크림인데 값이 두 배다. 그렇다고 할인점에서 한 봉지 사다가 편의점 앞에서 팔아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가격에 관해 무엇이 공개됐을까?
차이가 있다는 걸 아는 것과 그 차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 아마 누구라도 비슷한 가격표 앞에서 고개를 갸웃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SK하이닉스가 딱 이 모습이다. SK하이닉스 ADR의 주가 프리미엄 지난 2일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 ADS는 195.13달러에 마감했다.
ADS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이니, 환율 1,349원을 적용하면 1주에 약 263만 원이다.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 주가 차트 코스피에 상장한 SK하이닉스 주가 차트 같은 날 국내 종가는 1,842,000원. 미국 쪽이 40% 넘게 비싸다.
거래시간과 환율 차이를 감안해도 30~40%의 격차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에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있다. 같은 물건은 어디서든 같은 값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값이 다르면 누군가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 팔 테고, 그 과정에서 차이는 사라진다.
그런데 1997년 경제학자 안드레이 슐라이퍼와 로버트 비시니는 차익거래의 한계라는 논문에서 이 믿음에 조건을 달았다.

가격에서 확인할 부분은 무엇일까?
차익거래는 공짜도 아니고 무위험도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이 필요하고, 가격 차이는 좁혀지기 전에 더 벌어질 수 있어서,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한 사람부터 떨어져 나간다.
가격이 틀렸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틀린 가격이 바로잡힐 때까지 버틸 체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싼 것을 비싼 것으로 바꿔줄 통로가 열려 있어야 한다.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사례가 로열더치와 쉘이다. 두 회사는 이익을 60대 40으로 나누기로 약속한, 사실상 한 몸이었다. 주가도 그 비율대로 움직여야 맞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랜 기간 그 비율에서 크게는 30% 넘게 벗어난 채 거래됐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여했던 헤지펀드 LTCM도 이 격차가 좁혀진다는 쪽에 걸었다가, 1998년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면서 손실을 봤다.
격차는 2005년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고서야 사라졌다. 방향은 맞았지만 시간이 틀렸던 셈이다. 코스피 SK하이닉스 40% 더 올라야 맞을까?
SK하이닉스의 격차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얹혀 있다. 길 자체가 막혀 있다.
국내 주식을 ADS로 바꿀 수 있는 한도는 1,779만 주인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7월에 이미 다 찼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누군가 ADS를 국내 주식으로 되돌려야 자리가 생기지만, 40% 비싸게 팔리는 걸 굳이 싼 쪽으로 바꿀 사람은 드물다.
여기에 SOXL, SOXX, SMH 같은 미국 반도체 ETF의 편입 수요가 더해졌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7월 10일부터 9월 말까지 외국인이 20조 원어치를 순매도했고,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받쳤다.
한쪽은 물량이 모자라고, 다른 한쪽은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같은 회사를 두고 두 시장이 전혀 다른 수급 속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40%라는 숫자를 국내 주가가 40% 더 오를 여지로 읽으면 곤란하다. 솔직히 나도 기사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 읽고 싶었다.
하지만 격차가 좁혀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국내 주가가 오를 수도 있고, 미국 ADS가 내려올 수도 있다.
전환 한도가 늘어나면 국내 매수와 미국 매도가 함께 나오면서 양쪽에서 조금씩 다가설 가능성도 있다. 어느 경우든 국내 주주가 40%를 고스란히 가져가는 그림은 아니다.

피부 관리에서 확인할 내용은?
게다가 그게 언제일지는 누구도 모른다. 로열더치와 쉘이 보여준 것처럼, 막힌 길 위의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
내가 지켜보려는 건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다. 프리미엄이 더 벌어지는지, 좁혀진다면 어느 쪽이 움직여서 좁혀지는지, 그리고 전환 한도에 변화가 생기는지.
이 세 가지가 40%라는 숫자보다 훨씬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동네 할인점의 아이스크림은 내일도 900원이고, 편의점에서는 여전히 1,800원일 것이다.
두 가격 사이에는 5분의 거리와 귀찮음이라는 비용이 놓여 있고, 나는 그걸 알기에 편의점 가격표를 보고 할인점 아이스크림 값이 곧 오를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같은 주식에 붙은 두 개의 가격표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이 진짜 가격인지 따지기 전에, 둘 사이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부터 보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꺼어억...삼전닉스 배부르다" 한 달간 20조 잘 먹고 간다는 외국인 지난 주말 가계부 앱을 정리하다가 잠깐 멈칫했다.
출금 내역 맨 위에 평소보다 훨씬 큰 금액이 찍혀 있었...
- 차이가 있다는 걸 아는 것과 그 차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
- 차익거래는 공짜도 아니고 무위험도 아니라는 것이다.
- 누군가 ADS를 국내 주식으로 되돌려야 자리가 생기지만, 40% 비싸게 팔리는 걸 굳이 싼 쪽으로 바꿀 사람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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