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 서랍에서 정수기 렌탈 계약서를 꺼냈다. 월 2만 9,900원에 60개월. 계산기 앱에 29,900을 치고 60을 곱했다. 179만 4000원. 새 정수기 한 대 값을 한참 넘긴 금액이다. 해지하고 그냥 살까, 위약금은 또 얼마일까. 엄지로 몇 번 두드리고 계약서 모서리를 만지작만지작하다가 서랍을 도로 닫았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무엇일까?
11월 5일,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생존 매수라는 말을 꺼냈다.
전세 매물이 없어 월세를 알아보던 신혼부부들이 월세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는 얘기다.
소장이 전한 월세 시세는 보증금 2억~3억 원에 월 250만~350만 원이었다.
월세가 비싸다는 말이야 새삼스럽지 않겠거니 했다. 그런데 월 350만 원 앞에서는 계산기를 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정수기 3만 원 앞에서 쩔쩔맨 사람이라니.
월세가 무서워서 사는 집도 매수일까?
서울 강북구의 집값 상승 원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넷째 주(26일 기준)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올라 90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구는 0.38% 내려 12주째 하락했고, 성북구는 0.39%, 서대문구는 0.36% 올랐다. 같은 서울에서 한쪽은 12주째 내리고 한쪽은 오르고 있는 것이다.
강남과 성북, 두 줄을 번갈아 손가락으로 짚어 보았다. 소장은 강북 쪽 상승의 원인으로 전세 실종과 월세 폭등을 꼽았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내용은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너 아직도 안 샀어?' 하는 포모 심리가 시장을 끌었지만, 지금은 그런 불안 심리나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어라.
포모는 놓칠까 봐 서두르는 마음이고, 생존 매수는 버티다 못해 서두르는 마음이다. 서두름의 출발점이 다르다.
전망 이론으로 본 생존 매수 3,000을 확실히 받을래, 80% 확률로 4,000을 받을래.
이렇게 물었더니 열에 여덟이 확실한 3,000을 골랐다.
같은 숫자에 부호만 바꿔 3,000을 확실히 잃을래, 80% 확률로 4000을 잃고 20%는 안 잃을래 하고 물으니, 이번엔 92%가 도박 쪽을 골랐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1979년 논문에 실은 설문 결과다.
돈을 실제로 걸지 않은 가상의 선택 문제였다는 점은 적어 둔다.
두 사람은 이 결과를 이득 앞에서는 확실한 쪽을, 손실이 눈앞에 확정된 순간에는 위험한 쪽을 택하는 경향으로 보았다.
이 설문이 생존 매수의 마음을 설명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다만 정수기 앞에서 내 엄지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는 기억난다.

금리와 이자에서 확인할 내용은?
매달 같은 날 빠져나가는 돈이 확정된 손실처럼 느껴지자, 해지하고 목돈을 쓰는 쪽이 갑자기 가벼워 보였다.
정수기 이체일에도 이 정도인데, 월 350만 원짜리 이체일은 어떤 얼굴일까. 생존 매수는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을 위한 것 보다는 월세를 끊는 일에 가깝다.
다만 월세를 끊은 자리에 이자가 들어온다.
소장은 15억 원 이하 주택을 6억 원 대출로 산 신혼부부가, 집값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더 큰 타격을 받는다고 짚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래도 월세 부담보다 이자 부담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서울 전월세 전망 소장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가 6만 가구 안팎인데, 정비사업 이주 수요는 18만 가구에 이른다고 했다.
서울시가 국회 의원실에 낸 자료에도 같은 기간 이주 예정이 207곳, 17만 9,310가구로 잡혀 있다. 소장은 정부의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전월세 안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18만 가구가 짐을 싸는 동안 새로 들어오는 집은 6만 가구. 나눗셈을 하다 말았다.
소장은 과거 2기 신도시 때처럼 공공분양 물량을 모아 합동 분양을 열어야 신혼부부들이 무리한 매수를 멈추고 청약을 기다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나라면 무작정 청약을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가용 가능한 자본금이랑 대출 가능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입지 아파트를 매수할 것이다.
연금에서 확인해야 할 내용은?
다음 주 목요일 부동산원 주간 동향이 나오면, 강남구와 성북구 숫자를 이 글 옆에 놓고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정수기는 그 전에 렌탈 회사에 전화부터 걸어 보려고 한다.
위약금 숫자를 듣고 정할 일이다. "이렇게 허술했었나" 4년 새 2.3배 늘어난 복수국적 기초연금 수급자 5년 전쯤이었을까.
집 근처 도서관에서 대출증을 새로 만들었다. 이사 온 지 석 달, 혹시 몰라 등본까지 챙...
- 11월 5일,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생존 매수라는 말을 꺼냈다.
-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너 아직도 안 샀어?' 하는 포모 심리가 시장을 끌었지만, 지금은 그런 불안 심리나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 매달 같은 날 빠져나가는 돈이 확정된 손실처럼 느껴지자, 해지하고 목돈을 쓰는 쪽이 갑자기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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